천년고도 경주는 단순한 역사 도시를 넘어, 반려견과 함께 새로운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도(古都)는 보존을 이유로 반려동물 동반에 제약이 많지만, 경주는 유적지와 자연, 감성 상권과 숙소까지도 반려견 친화적으로 재구성되고 있어 보호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경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반려견 동반 여행지를 중심으로, 산책 코스와 야경 명소, 한옥 숙소를 소개합니다.
산책, 첨성대부터 동궁과 월지까지
경주의 산책은 그 자체로 역사를 밟는 일입니다. 특히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 일대는 반려견과 함께 걸으며 삼국시대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경주의 대표적인 도보 코스입니다.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시절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세운 구조물로, 27개의 정방형 돌로 쌓아올려 달의 주기를 상징합니다. 단순한 돌탑이 아니라, 당시 신라가 얼마나 고등한 문명을 누렸는지 보여주는 상징이자 고대 과학의 정수를 품은 역사적 기념비입니다.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추천 산책 동선은 월정교 공영주차장에서 시작해 첨성대 → 계림숲 → 내물왕릉 → 동궁과 월지 순입니다. 총거리 약 2km, 왕복 1시간 정도로 비교적 평탄하고 잘 정비된 길입니다. 첨성대 주변은 유채꽃과 코스모스로 유명한 계절 정원이 펼쳐져 있어 반려견과 함께 인생 사진을 남기기 좋습니다. 계림숲은 신라 김씨 왕족의 시조가 태어난 전설의 숲으로, 자연그늘 덕분에 한여름에도 산책이 쾌적한 편입니다. 당시 왕실 권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고분인 내물왕릉은 규모가 크고 둥근 봉분 형태가 특징이며 조용하고 넓은 잔디 언덕은 잠시 쉬어가기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궁과 월지는 신라 왕궁의 별궁이자 연회를 위한 정원으로, 반려견과 함께 연못 주변을 천천히 산책하면 잔잔한 물결과 조명 아래에서 특별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유적지는 내부 입장은 제한되지만 외곽 산책로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가까이에서 보는 천년’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전체 구간에는 카페, 벤치, 간이음수대, 포토존 등이 적절히 분포돼 있어 반려견과 함께 쉬어가기 좋으며, 조용한 분위기와 여유 있는 거리 간격 덕분에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밤마실, 황리단길 야경
경주의 낮이 역사라면 밤은 감성입니다. 그리고 그 감성의 중심에는 황리단길이 있습니다. 이곳은 오래된 한옥들이 줄지어 늘어선 골목길이지만, 전통에 머물지 않고 감각적으로 진화한 공간입니다. 반려견과 함께 걷기에도 부담 없는 넓은 인도와 보행자 중심 거리,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골목은 마치 조용한 도시 속 비밀 정원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줍니다. 산책 추천 동선은 첨성대 방면 → 황리단길 초입 → 노서동 골목길 → 중앙시장 인근으로 이어지는 약 1.5km의 저녁 코스입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반려견과 천천히 걷기 좋으며, 거리 곳곳에는 잠시 멈춰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포토존이 이어지고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공간이 점차 늘고 있어,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를 위한 저녁 외출이 가능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이 골목에 자리한 한옥 개조 카페들입니다. 외관은 전통 기와와 처마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는 콘크리트 바닥과 원목 가구, 조용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모던 감성의 공간으로 탈바꿈해 있습니다. 어떤 곳은 대청마루 공간에 로스팅 기계를 배치한 커피 전문 카페로 운영되며, 고소한 커피 향과 함께 한옥 특유의 고즈넉함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곳은 한옥 처마 밑에 반려견 동반 좌석을 운영하며, 넓은 마당에 급수대와 배변 봉투함도 비치되어 있어 보호자 입장에서 매우 편리합니다. 해가 진 후 은은하게 켜지는 조명 아래, 마당에 앉아 반려견과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나누는 경험은 도시 어디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장면이 됩니다. 또한 황리단길은 지역 청년 창업자들이 운영하는 개성있는 소품샵, 공예점, 디저트 카페 등 감성 상점이 많아 보호자들도 즐겁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일부 카페는 낮에는 티 카페, 밤에는 와인바로 전환되며, 반려견 동반 손님을 위한 별도 공간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황리단길은 단순한 상권이 아니라, 일상과 여행,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차분한 분위기 덕분에 반려견도 불안해하지 않고, 거리 곳곳에는 펫티켓 안내문이 비치돼 있어 함께 만들어가는 반려 문화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머묾, 펫 프렌들리 한옥 스테이
경주에서의 하룻밤은 단순한 숙박을 넘어, 시간을 머무는 방식이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 한옥의 미를 살리면서도 반려견과 함께 묵을 수 있도록 설계된 ‘펫 프렌들리 한옥스테이’가 늘고 있어, 고급스러우면서도 따뜻한 여행을 원하는 보호자들에게 인기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소담재', '다온재' 등은 고풍스러운 한옥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바닥 난방, 반려견 전용 방석, 먹거리, 안전문 등 각종 어메니티를 세심하게 제공합니다. 일부 객실은 마당과 바로 연결돼 있어 반려견이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전 객실 독립형으로 운영돼 프라이버시도 보장됩니다. 한옥 특유의 구조상 소음 차단이 어렵기 때문에, 해당 숙소들은 사전 예약 시 반려견의 크기나 성향을 체크하여 ‘성향별 맞춤 배정’을 시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보호자에게도, 타 투숙객에게도 좋은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숙소에서는 한복 촬영, 전통 다도 체험, 조선식 아침상 등 문화 콘텐츠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사합니다. 아침에는 조용한 마당에서 차를 마시며 반려견과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는 나무 냄새 가득한 방에서 고요하게 마무리하는 — 이런 감성은 다른 어떤 호텔에서도 얻기 어려운 경험입니다. 숙소 주변에는 봉황대 고분, 교촌마을, 월정교 등이 인접해 있어, 도보 산책 후 숙소로 복귀하기도 수월하며, 늦은 밤까지도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는 조명이 설치돼 있어 불안함 없이 머무를 수 있습니다.
경주는 단순히 유적지로만 머무는 도시가 아닙니다. 반려견과 함께 천천히 걷고, 고요한 밤을 누리며, 전통 속에서 머물 수 있는 도시입니다. 첨성대에서 과거를 산책하고, 황리단길에서 현재의 감성을 누리며, 한옥에서 시간을 쉬어가는 여행 —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 바로 경주입니다. 이번 주말, 반려견과 함께 경주로 ‘시간여행’을 강력 추천합니다.